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6일 진행됐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지 28일 만에 열린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약 14시간 만인 자정 무렵 끝났다. 문 대통령이 못박은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이자 조 후보자 배우자에게 제기된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시간이었다. ‘맹탕’ 평가를 받은 이날 국회 청문회는 검찰 수사 상황과 기소 여부에 얽매여 사실상 검찰에 인사검증 권한을 넘겼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부각된 쟁점은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었다. 딸이 2012년 9월 동양대 총장 명의로 받은 표창장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때 제출했는데, 당시 동양대 교수였던 조 후보의 배우자 정경심씨가 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 3일 동양대를 압수수색했고,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의혹이 제기된 뒤 조 후보자 내외와 통화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표창장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온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위조됐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며 “표창장 내용 자체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최 총장이 직접 준 표창장과 조 후보자 딸이 받은 표창장 형식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재된 일련번호의 차이가 있으며, 총장 표창장에 ‘동양대 총장 교육학박사 최성해’가 아닌 ‘총장 최성해’라고만 돼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위조 내지는 조 후보 배우자가 관연한 ‘셀프 표창’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 의원이 ‘진짜 표창장’이라고 주장한 표창장 형식과 다른 형식으로 발급된 표창장들을 제시하며 주 의원 주장들을 반박했다. 박 의원은 “주 의원의 주장과 최 총장의 주장이 상충되는 표창장의 실물이 있다”며 “동양대에서 관리하는 상장이나 표창장 형식은 통일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지금의 혼란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2012년은 후보자 딸이 대학교 3학년 때다. (그로부터) 2년 후 서울대 의전원에 응시했다가 떨어져서 부산 의전원에 갔다. 부산대 의전원만 ‘총장상’이 입시요강에 나와 있다. 예지력이 뛰어나서 서울대 의전원 떨어지고 다음에 부산대 의전원 갈 테니 확보해야겠다는 게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려대 학생이 경북 영주에 동양대라는 학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고대 학생이 유학을 가든 대학원을 가든지 하지 동양대 표창장이 뭐가 필요하겠느냐”고도 말했는데, 이후 ‘지방대 폄하’ 지적이 제기돼 그러한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최 총장이 조 후보 내외와 통화했다고 시인한 것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최 총장에게 조 후보가 회유나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가 “제 처와 통화 끝에 (최 총장과) 통화했다”고 밝히자 장 의원은 “제가 듣기로 동양대 총장이 (통화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 앞에서는 의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혹 관련자들과) 통화 못한다고 해놓고 (뒤에서) 위증교사 증거인멸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최 총장은 이후 언론에 통화 내용이 녹음돼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의 경우 조 후보 배우자가 최 총장에게 압박을 가하려 했다는 증거로 정 교수가 최 총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대로 대응해주실 것을 부탁드렸는데 어떻게 기사가 이대로 나갈 수가 있을지요?”라는 문자 메시지 아래 관련 기사 링크와 더불어 “딸의 문제를 넘어서서 희대의 사기꾼처럼 되고 있다. 저희 학교에서는 실제로 많은 일을 부서장 전결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부디 이러한 기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팩트와 상황에 대한 현명한 해명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다. 이를 본 조 후보자는 “실제 학교에서 많은 일을 부서장 전결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은 검찰이 수사 중 사안을 부당하게 흘리고 있다고 의심했다. 주광덕 의원이 조 후보 딸 생활기록부를 공개해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고소당한 가운데, 박주민 의원은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를 최근 발부받은 사람은 (딸) 본인과 수사기관 딱 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생활기록부 조회기록을 확인한 결과 학교 교직원의 접속기록이 1건 나와 유출 경위는 공방에 부쳐졌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문제의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해 “아마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저녁 시간에 이르면서는 정치권·언론에 검찰이 곧 조 후보의 배우자를 기소할 거란 이야기가 돌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부인 기소임박이라는 기사를 봤느냐”며 “그 기사가 뜨면서 기자들이 중앙지검으로 몰려들고 있다. 부인이 기소되면 법무부장관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고민해보겠다”는 후보자 말에 장 의원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소시효 완료 때문에 조사 없이 기소한다고 한다”며 “부인이 함께 사는데 검찰에 소환되고 추가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 검사들이 수사를 제대로 하겠나. 한다 해도 국민이 믿겠느냐”고 사퇴 의사를 거듭 물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도 “후보자가 표창장 발급일이 2012년 9월7일이라고 인정했다.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오늘밤 12시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한 형사사건 수사 중 공소시효 넘기는 것이 치욕이다. 지금 오후 10시인데 2시간 내에 표창장 위조 행위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정되리라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기소 여부를 떠나 이미 검찰에서 많은 개인 사생활 자료도 가져갔을 것이다. 곳곳에서 후보자 모든 곳을 뒤지면 약점 잡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검찰개혁하려고 해도 하지 못하고 결국 지지부진하게 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유일하게 시종일관 조 후보자에 날을 세웠던 금태섭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권력기관이 마음대로 칼을 휘두르는 형국”이라며 “검찰이 이러한 형태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특수부가 지나치게 막강해진 점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보고서 채택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 반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이 “시한이 한시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하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회하고 결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요청을 한 만료일이다. 자정이 되면 청문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임명권을 갖기 때문에 나머지 한 시간 동안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임명 권한을 대통령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도읍 의원은 “조국 후보자를 청문위원석에 앉히는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란 의견이 많았다. 조국 후보자를 놓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한다? 그럴 수 없다. 자정 넘으면 대통령의 시간일지 모르지마 우리는 여기서 남은 허용된 시간 동안 질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국회 권위를 그렇게 주장하던 분들이 검찰 예속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이 참담하고 놀랍다”며 항의했다.
조 후보자는 “저는 제 처가 기소될지 불기소될지 모른다. 어떤 경우든 임명권자 뜻에 따라 움직이겠다. 가벼이 마음대로 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자진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밝혔다.
자정을 5분 남기고 조 후보자는 마지막 질의자인 이철희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소명을 밝힐 기회를 얻었다. 조 후보자는 “여러번 변명과 사과 말씀을 드렸던 거 같다. 제가 했던 말씀을 반복하는 것보다 향후 제가 어떻게 이 문제를 안고 갈 건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부족하고 흠결이 많은데 비판과 질책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또 저를 지지해주시고 성원해주신 분들도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삶에서 이 정도의 경험을 해본적은 처음이다. 과거 짧게 감옥 갔다온 적이 있지만 그에 비할 수 없는 정도의 시련이었다”며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여기까지 왔고 여기 있다. 무게를 느끼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정이 되고 여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한 뒤, 검찰이 조 후보 배우자인 정 교수를 이날 오후 11시경 기소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조 후보자는 “검찰 결정에 나름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며 “피의자 소환 없이 기소가 이뤄진 점에 있어 아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임명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2019-09-07 07:22:00Z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56
5278188447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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