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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논리대로면, '재판개입' 사실상 처벌할 길 없다 - 한겨레

재판부 논리대로면, '재판개입' 사실상 처벌할 길 없다 - 한겨레

‘사법농단’ 혐의 임성근 1심 무죄
“재판 관여할 권한 없어
직권 없으니 남용도 성립 안해”
징계만 가능하다 판단

법조계 “지위만 남용했다는 건데
지위도 권한 때문에 생겨” 비판

“이 사건(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양형 이유에 일부 논란이 될 표현이 있습니다. 톤을 다운하는 건 어떨지 검토해보세요.”(2015년 8월) “대통령이 피해자라고 하면서 명예훼손죄를 ‘함부로’ 인정해서 안 된다고 하면, 그쪽(청와대)에서 약간 또는 매우 서운해할 듯.”(2015년 11월)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에 직접 ‘빨간펜’을 들었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전국 주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장판사를 맡았던 그는 ‘세월호 7시간 의혹 보도가 허위라는 중간판단을 내려달라’거나 ‘프로야구선수 도박 사건 공판절차 회부는 주변 판사 얘기를 더 들어보고 결정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담당 판사에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선고 취지가 변경됐고, 약식 결정은 번복됐으며, 최종 판결문의 양형 이유가 수정됐다. 임 판사는 2017년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 1년여 만에 내려진 결론은 ‘무죄’였다. ■ 위헌적이지만 직권남용 처벌 못 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임 판사가 일선 재판에 관여해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임 판사의 행위는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간섭·유도하는 재판 관여 행위”라고 인정하면서 이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해 위헌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처벌은 불가하다고 봤다. 직권남용의 법리에 따르면 해당 행위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 권한’에 포함돼야 하는데,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재판에 관여할 권한 자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권이 없으니 남용도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한발 더 나아가, 검찰 쪽 주장처럼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사무 감독 권한을 준다면 오히려 “법관의 재판에 합법적으로 개입할 통로를 주어 법관 독립이 형해화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임 판사가 지위나 친분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징계를 받을 순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임 판사의 얘기를 들은 일선 판사들 또한 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부 합의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했다고 재판부는 봤다.
■ 제 식구 감싸기? 사법농단 향방은 재판부 논리대로면 사법농단의 재판 개입 혐의는 사실상 처벌할 길이 없다. 법원장은 물론 대법원장도 재판에 관여할 직무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신의 지위에 기대 권한 밖의 행위를 하면 죄질은 더 나쁘지만 이를 처벌할 수 없는 모순이 생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임 판사가 권한이 아닌 지위만 남용했다는 것인데, 지위도 권한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수석부장판사의 요구가 없었다면 판사들이 결론을 그렇게 바꿨겠느냐”고 지적했다. 임 판사의 경우 ‘법관 탄핵’도 쉽지 않다. 그는 견책 징계를 받은 뒤 불복 소송을 낸 상태로, ‘재판이 끝나면 결과와 관련 없이 법원을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형사수석부장이 소속 법관의 재판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오히려 그 사법행정상 지휘, 감독, 지시, 명령권을 남용해 재판 독립을 중대하게 훼손했다는 것인데, 이번 판결은 직권이 남용된 결과를 남용된 직권 그 자체와 혼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선고는 유해용 변호사, 신광렬·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에 이어 사법농단과 관련한 세번째 무죄 선고다. 임 판사는 사법농단의 정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 관계로 묶여 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는 재판 개입 혐의 내용이 비슷하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은 재판 관여 행위가 잘못했다면서도, 처벌은 못 한다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짚었다”며 “무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논리까지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한솔 장예지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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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4 13:59:3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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