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1년 넘게 대화를 중단했던 남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소재로 대화를 시작했다. 남북 정상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친서를 주고받으면서다.
김정은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 "반드시 이겨낼 것"
"검먹은 개"라던 김여정 담화 하루도 안지나 남녘 동포 위로
판문점 통해 실무 책임자들 만났을 가능성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밀봉 정책 오래가며 자력갱생 한계 온 듯
남북 보건의료 협력, 당국간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정상 간의 친서인 만큼 팩스가 아니라 양측 실무책임자들이 만나 원본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서거 때 조전과 조화를 판문점에서 전달한 적이 있다. 남북은 2018년 11월부터 개성공단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운영해 왔으나 신종 코로나로 인해 1월 30일 폐쇄했다. 따라서 친서 교환은 판문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북한의 ‘돌변’ 배경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오후 11시 자신 명의의 담화에서 “저능한 청와대”라거나 “완벽한 바보”“겁먹은 개”라는 막말을 써가며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했다. 그런데 오빠인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는 표현을 썼다. ‘실세’ 여동생이 때린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오빠는 어르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얼핏 엇박자로 비칠 수 있지만, 북한은 사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한 뒤 실행하곤 했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가 연막 또는 한국 정부의 대응을 간 보기 하려는 차원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한국이 수시로 유감을 표명했는데, 지난 2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자 김여정이 직접 나서 유독 목소리를 높인 부분이 특이한 점이란 것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과 9월 남측과 접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상황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의 지시를 거둘 수 없으니 남측으로부터 명분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때린 뒤 남측의 반응을 보아가며 친서 또는 특사 교환을 염두에 뒀던 것 같다는 얘기다. 그는 김여정이 막말 담화를 하면서도 “미안한 말이지만”이라거나 “(문재인)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며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은 걸 이유로 들었다.
이와 관련, 자신의 후견국인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단절하고 항공편을 중단하는 등 밀봉 정책을 펴던 북한이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인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중국ㆍ러시아는 물리적으로 닫혀있는 만큼 남측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7기 5차)에서 미국과의 장기전을 언급하며 자력갱생을 선포했다”며 “말은 자력갱생이지만 미국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중국·러시아로부터 지원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복병을 만나면서 스스로 문을 닫았고, 이런 밀봉 정책이 한 달 넘게 진행되면 한계를 느껴 한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수석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소개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친서를 계기로 남북 간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 협력, 또는 6·15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 많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2020-03-05 08:23:1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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