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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조씨, 음란물 유포전엔 사기행각 - 동아일보

‘박사’ 조씨, 음란물 유포전엔 사기행각 - 동아일보

대학 졸업후 특별한 직업없이 지내
2018년 텔레그램에 ‘박사방’ 만들어… “n번방 보고 아이디어 얻었다”
경찰, 원조 ‘n번방’ 만든 ‘갓갓’ 추적
n번방 물려받은 ‘와치맨’ 작년 검거… 경찰 “이용자들도 방조죄 적용가능”
n번방 관련자들의 신상에 대한 제보를 받는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라는 가명으로 아동 성착취 동영상 등을 유포한 한 남성의 실명이 조주빈 씨(25)로 밝혀졌다. 조 씨는 2년 전 한 대학을 졸업하고 특별한 직업 없이 사기 행각 등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방의 ‘3대 운영자’로 불렸던 박사와 ‘와치맨’을 구속한 데 이어 ‘박사방’의 원조인 ‘n번방’을 만든 이른바 ‘갓갓’을 쫓고 있다.

○ 2년 전 대학 졸업… 박사방 이전 사기 전력도

19일 구속된 조 씨는 2014년 한 대학에 입학한 뒤 2018년 졸업했다. 조 씨는 대학 졸업 뒤에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고 한다.

조 씨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n번방을 모방해 박사방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방을 만들기 전에는 텔레그램에서 몇몇에게 총기나 마약을 팔겠다며 사기를 쳤던 전력도 드러났다. 조 씨는 박사방을 만들면 불특정 다수에게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n번방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박사방을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텔레그램에 유료 대화방을 만든 뒤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 등을 올려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스폰서 알바’나 ‘고액 알바’ 모집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을 유인하는 방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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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운영자 ‘와치맨’도 검거

경찰청은 23일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갓갓이란 별명을 가진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며 “갓갓을 제외하고 n번방과 관련한 공범 등은 상당수 검거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시초 격인 n번방은 갓갓이란 별명을 쓰는 인물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이런 대화방을 1번부터 8번까지 만들어 n번방이라고 불렀다.

현재 갓갓의 인터넷주소(IP주소)는 확인했지만, 다른 인적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차명이나 익명 등이 횡행해 IP주소가 나와도 막상 조사하면 다를 수 있다. 아직 특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갓갓에게서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한 ‘와치맨’으로 알려진 전모 씨(38)를 지난해 9월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 씨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음란물을 유포했고, n번방 회원을 유치하고 홍보하는 역할도 했다”고 했다. 현재 구속돼 있는 전 씨는 다음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경찰은 n번방과 박사방에서 영상 등을 내려받은 이용자들도 수사하고 있다. 현행법상 아동 성착취물은 소지만 해도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성인이 등장하는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한 이용자는 뚜렷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은 “다만 ‘영상을 넘겨 봐’ 등 의사 표현을 했을 경우 방조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여성단체는 이런 이용자들이 중복 인원을 포함해 26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조 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얼굴과 이름 등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누리꾼 신상털이로 또 다른 피해 양산

n번방 사건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른 분란도 일으켰다. 누리꾼들이 무분별한 ‘신상털이’에 나섰다가 상관이 없는 일반인이 가해자로 잘못 알려져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 트위터에는 n번방 관련자들의 신상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계정이 등장했다. 21일 이 계정에선 “텔레그램 ‘n번방’을 이용한 20대 남성을 찾았다”는 글과 함께 A 씨의 사진과 인적 사항을 공개했다.

하지만 A 씨는 n번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반인이었다. 이후 해당 트위터 계정은 “이용자의 사진 등이 도용됐다”며 신상을 잘못 유포했음을 인정하는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가해자라고 공개한 신상들도 모두 삭제했다. 이 계정을 운영하던 누리꾼은 23일 다시 “앞으로는 가해자가 분명한 사람의 신상만 올리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n번방 이용자로 지목된 B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난 가해자가 아니다. 누군가 사칭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너무 힘들어한다”는 글을 올렸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소영 / 수원=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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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18: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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