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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들의 교복은 옛말... '실리콘밸리 패션'이 뜬다 - 조선비즈

kleidforst.blogspot.com
입력 2020.08.29 06:00

괴짜들의 유니폼에서 지속가능성 겸비한 주류 패션으로
올버즈·스티치픽스 등 실리콘밸리 패션 스타트업도 인기
페이스북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부스스한 머리에 후드 티셔츠를 입은 모습은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다음 영화
‘IT 기업의 성지’ 미국 실리콘밸리가 패션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fashion)의 ‘F’ 자도 모를 것 같은 이공계 리더들이 모인 곳이 패션계의 관심을 받다니, 무슨 말이냐고? 최근 급부상한 패션 기업들을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올버즈·에버레인·스티치픽스·로티스 등. 모두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성장한 패션 스타트업이다.

한때 IT 개발자들은 볼품없는 외모로 묘사됐다. 부스스한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티셔츠와 후디(또는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를 대충 걸친 모습. 사람들은 이들을 긱(geek·괴짜), 너드(nerd·공부 잘하는 얼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수식어 뒤에 시크(chic·멋지고 세련된)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했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멋진 파리지엔 스타일을 ‘프렌치 시크’라고 부르듯.

◇ 괴짜들의 교복에서 ‘혁신가의 유니폼’으로
변화를 이끈 이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다. 그는 12년간 검은 터틀넥 니트(일명 목티)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었다. 옷을 고를 때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지루한 괴짜 취급을 당했지만, 애플의 성공과 함께 그의 옷차림은 ‘혁신가의 유니폼’으로 비쳤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 따윈 없는 그 쿨한 모습은 놈코어(normcore·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 트렌드의 등장을 끌어내기도 했다.

12년간 검은 터틀넥 니트와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고수한 스티브 잡스(왼쪽)와 항상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마크 저커버그./조선DB, 페이스북
후배들도 그의 계보를 이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언제나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구글 CEO 선다 피차이는 트랙 재킷에 운동화 차림을 즐긴다. 그렇다고 이들이 값싼 옷을 입는 것은 아니다. 잡스의 터틀넥 니트는 일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의 제품이고, 저커버그의 회색 티셔츠는 이탈리아 명품 브루넬로 쿠치넬리에서 맞춘 것으로 300달러(약 35만원)에 달한다. 피차이의 운동화는 프랑스 명품 랑방 제품.

실리콘밸리 CEO의 스타일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를 꿈꾸는 젊은이의 모방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교복’이라 불리는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품절 대란을 겪는다. 최근에는 뉴발란스가 잡스가 즐겨 신었던 992 운동화의 복각판을 출시해 조기 매진되기도 했다.

◇ 세계로 무대 넓히는 실리콘밸리 패션
굳이 IT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전통보다 혁신을 추구하고,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만족도를 중히 여기는 실리콘밸리 엘리트의 스타일은 현시대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집에만 있는)과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지금, 이들의 편하고 무던한 패션은 ‘집옷’으로도 제격이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패션 스타트업들이 세계 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분야는 다양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비슷하다. 실용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에, 고객 직판(D2C·Direct to Consumer) 방식으로 유통 과정이 합리적이며, 지속 가능한 철학을 지닐 것. 이를 위해 신소재 개발, 인공지능(AI)과 3D 프린터 등 최신 기술이 동원되기도 한다.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실리콘밸리 패션 기업들을 소개한다.

오바마·디카프리오도 신는 양털 신발 ‘올버즈’

양모로 만든 올버즈의 ‘울러너’, 가볍고 편한 착용감으로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동시에 사로잡았다./올버즈
올버즈(Allbirds)는 양모를 비롯해 유칼립투스 잎,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원료로 신발을 만든다. 여기에 쓰인 양모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 수준으로 얇아 가볍고 맨발로 신어도 땀이 차지 않는다. 합성섬유로 제작한 신발보다 제작과정에서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60% 적고, 탄소 발생량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 주는 '비콥(B-Corp)' 인증을 받았다. 지난 4월부터는 모든 신발에 탄소 중립 라벨을 표기하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고 극찬한 이 신발은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이 즐겨 신으며 명성을 얻었다. 기업 가치는 14억달러(약 1조6618억원)로, 최근엔 국내 시장에도 진출했다.

팀 브라운 공동창업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자세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출시된 제품이라도 더 나은 원료가 있으면 바꿔 제품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출시된 양모 신발 ‘울러너’는 지금까지 27번이나 업그레이드됐다.

바빠서 쇼핑할 시간이 없다면... AI가 옷 골라주는 ‘스티치픽스’

AI가 취향에 맞는 옷을 분석해 보내주는 스티치픽스는 ’귀차니스트’들의 쇼핑몰로 인기를 끈다./스티치픽스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인공지능(AI)이 소비자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옷을 보내주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 의류 제공 스타트업이다. 옷 고를 시간은 없지만, 멋은 내고 싶은 바쁜 소비자를 공략했다. 회원 수는 320만 명, 지난해 매출은 15억달러(1조7805억원)를 기록했다. 출범 6년 만인 2017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기업가치는 25억9340만달러에 달한다.

이 쇼핑몰에는 옷 사진이 없다. 고객이 직접 옷을 고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판매 방식은 이렇다. 고객이 몇 가지 질문에 답변하면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좋아할 만한 옷을 뽑아내고,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이 중 5가지를 골라 고객에게 배송한다. 고객들은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면 된다. 적중률이 꽤 높아 ‘패션계의 넷플릭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가·원산지도 공개… ‘급진적 투명성’ 앞세운 ‘에버레인’

에버레인의 모든 제품은 제품의 원가가 공개된다. 이 유기농 면 티셔츠의 제조 원가는 8440원, 판매 가격은 2만3000원이다./에버레인
흔히 패션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한다. 브랜드의 스토리나 이미지에 따라 가격을 얼마든지 부풀려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처 캐피탈에 다니던 마이클 프레이스먼 원가 7.5달러짜리 티셔츠가 50달러에 팔리는 전통적인 패션 산업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그렇게 창업한 것이 에버레인(Everlane)이다.

에버레인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농산물처럼 모든 옷의 제조 원가와 원산지, 근무 환경 등을 공개한다. 친환경 패션에도 앞장선다. 앞서 폐페트병을 사용해 패딩 재킷과 플리스 셔츠 등을 만드는 ‘리뉴(ReNew)’ 컬렉션을 론칭했고, 2021년까지 제품, 포장지, 사무실 집기 등을 재생원료로 바꿀 방침이다. ‘극도의 투명함’을 내세운 결과 에버레인은 기업가치 2억5000만달러(약 2957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쇼핑이 가능하다.

폐플라스틱 실로 만든 왕자비의 슈즈 ‘로티스’

로티스는 페트병 3개로 신발 한 켤레를 만든다./로티스
로티스(Rothy’s)는 페트병으로 여성용 플랫 슈즈를 만든다. 버려진 플라스틱병과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추출한 원사를 3D 프린터로 뜨개질하듯 짜 신발 상단을 만든다. 상단을 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6분. 밑창은 탄소 중립 고무를 사용한다. 니트 형식의 신발이라 착용감이 편하고, 세탁기에 돌려 빨 수 있는 게 장점. 신발 한 켤레에 3개의 페트병이 사용되는데, 2016년 론칭한 이래 지금까지(29일 기준) 약 6435만 개 이상의 물병을 재활용해 신발을 만들었다. 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가 즐겨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August 29,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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