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케빈 마 하입비스트 CEO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 중 하나인 패션. 패션만큼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는 영역도 드물다. 과거 성공 방식에 얽매여 변화에 늦은 전통강자들은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며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패션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며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이유에 주목했다. 신흥 강자는 소비자의 마음을 바로바로 알아채고 이를 각종 신기술로 충족해주고 있었다. 단순히 패션 회사가 아닌 스스로 ‘패셔놀로지(fashionology·패션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의 합성어)’ 기업이라 자부하는 이들에 주목한다. [편집자 주]
브랜드·인플루언서와 협업
독점 콘텐츠로 6000만 독자 확보
광고60%, 커머스40% 수익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무신사’의 조만호 대표를 떠올릴 것이다. 조 대표는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열었다. 그 이름을 줄인 무신사를 웹 매거진으로, 그다음엔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커머스 플랫폼이자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회사)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정답은 조 대표가 아니다. ‘하입비스트’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마(Kevin Ma)의 이야기다. 그는 2005년 하입비스트라는 이름의 스니커즈 블로그를 열었고, 단숨에 파워 블로거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웹 매거진으로 자리 잡은 하입비스트는 2011년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HBX’를 개설, 2016년 홍콩 주식시장 상장 등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7년 아마존·구글·애플 등과 함께 미국 경제 매체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회사 톱 50’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는 ‘포브스’의 ‘매출 10억달러 미만 아시아 200대 기업’으로 선정됐다.
패션 콘텐츠에서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힌 두 기업가의 성공 스토리는 언뜻 평행이론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 CEO가 8월 31일 서면으로 진행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성공 비결은 무신사와 사뭇 달랐다. 무신사는 기업 고객을 패션 브랜드로 한정할 수 있다면, 하입비스트는 패션을 비롯해 자동차·정보통신(IT)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하입비스트가 광고 대행 등 디지털 미디어 사업도 키웠기 때문이다. 하입비스트가 양대 축인 미디어와 커머스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은 6 대 4. 미디어와 커머스 부문 양쪽에 한 발씩 담그고 있는 셈이다. 마 CEO는 하입비스트의 정체성에 대해 "‘패션 미디어’라는 이미지를 깨뜨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니커즈 정보 사이트에서 시작해 패션, 음악, 테크, 예술, 디자인 부문의 최신 트렌드를 전달하는 문화 허브(cultural hub)로 변화했다. 트렌드를 선도하고, 우리의 콘텐츠를 독자의 일상에 접목하면서 단순히 ‘패션 미디어’라는 이미지를 깨뜨리고 있다. 현재 각종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6000만 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패션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글로벌 수준의 영향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인플루언서·브랜드와의 탄탄한 네트워크 덕분이다. 그들과 협업한 결과물로서 독점적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강점이 있는 하입비스트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하입비스트는 패션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분야 소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 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상품 판매 등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수익의 60%는 광고 대행 등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서 발생한다. 나이키·삼성전자와 같은 업계 톱 브랜드를 대상으로 광고 캠페인 일체를 대행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아이디어 기획부터 제작, 협업 추진,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배포, 출시 행사 진행을 비롯해 HBX를 통한 제품 판매까지 포함된다. 하입비스트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알리려는 고객사에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의 나머지인 40%는 HBX에서의 판매를 통해 거두고 있다."
하입비스트의 주요 고객층은 MZ세대다. 하입비스트의 콘텐츠 조회 수, 상품 판매량이 패션 시장의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 CEO가 HBX의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한국 소비자의 특성은 "가격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패션 업계의 눈에 띄는 변화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 중고 거래 활성화, 렌털 서비스의 확대 등을 꼽았다.
"HBX 운영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보면, 한국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트렌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채널에서 가격을 비교하는 등 가격에 민감한 편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한국 소비자에게 적합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HBX 한국 사이트에서는 한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많은 브랜드가 탄소 발자국(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면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이어 가고 있다. 의류 렌털 서비스를 하는 브랜드가 늘었다. 중고나 빈티지 매장 또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는데, 중고 제품 상태는 새것에 버금가고 가격 또한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공중보건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사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온라인상에서 비싼 물건을 사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데, 하이엔드 명품도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브랜드가 디지털 고객 서비스와 개인 맞춤형 쇼핑 채널을 개발하면서 고객 한 명 한 명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편, 물리적 접촉은 더욱더 경험 지향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의 ‘AP 하우스’가 대표적이다. AP 하우스에 초대된 고객은 무언가를 사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저녁 식사나 모임을 즐긴다."
끝으로 하입비스트의 비전은 무엇인가.
"좋은 콘텐츠와 상품 그리고 아이디어로 독자를 기쁘게 한다는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 항상 특별한 협업 제품, 인랙티브 콘텐츠, 새로운 모험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서비스 제공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미국 최대 연예 에이전시 윌리엄모리스엔데버(WME)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됐다. 하입비스트의 브랜드 정체성을 카페에 접목한 하입빈스(HYPEBEANS)도 열었다. 우리의 새로운 모험이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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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0, 2020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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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콘텐츠의 힘…“나이키·삼성전자도 우리 고객”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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