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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보조인력들
“개인 문제 제기로 관행 못 바꿔”
일에 짓눌려 공황장애 걸리니
“가족 탓” “외로워서 그래”
고용부에 특별근로감독 촉구
23일 노조 설립 준비위 출범
청년유니온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관계자들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근로계약서는 원래 안 쓰는 거야.” 지난 5월 유명 스타일리스트의 사무실에 ‘어시스턴트’(보조인력)로 취직한 ㄱ씨에게 ‘실장님’이 말했다. ㄱ씨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에 월급 100만원을 주겠다”는 실장과 구두계약을 맺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 실장은 이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하루 12~13시간씩 일하거나 퇴근 뒤에도 의상 배달을 지시받는 일이 잦았다. ‘문제를 제기했다간 업계에서 영영 쫓겨난다’는 항설이 ㄱ씨의 마음을 옥죄었다. ‘힘들어도 견디자’던 다짐도 한계에 부딪혔다.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하자 회사는 되레 “정신장애는 일 때문이 아니라 가족 탓이다”, “네가 외로워서 그렇다”고 했다. 실장은 다른 직원들 앞에서 ㄱ씨의 증상까지 공개했다. 결국 ㄱ씨는 3개월 만에 ‘자진 퇴사’했다. 의상 관리 등 연예인 스타일리스트의 업무를 보조하는 어시스턴트들이 패션업계의 ‘장시간·고강도 노동 착취’ 관행을 지적하고 나섰다. 17일 청년유니온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착취 제보가 들어온 스타일리스트 사업장 6곳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청년유니온에 들어온 제보 내용을 살펴보면, 언론에 노출된 유명 스타일리스트를 포함해 대부분의 스타일리스트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관행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에 나선 어시스턴트 ㄴ씨는 “한 달 동안 쉼없이 일하고 겨우 월급 50만원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실장들은 어시스턴트 시절 (궁핍했던) 일화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도 비정상적인 업무 환경을 대물림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이 밥값은 챙겨주는, 착하고 너그러운 사업주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어시스턴트들이 적은 임금으로 인한 생활고에 내몰리고 있다. 2016년 ㄷ씨는 일당 2만원씩, 한 달에 30만원을 받으며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연예인 일정에 맞춘다는 이유로 일정 직전에야 출근 여부를 알려주다 보니 ‘24시간 대기조’ 상태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었다. 예산보다 비싼 의상을 급하게 구입해야 할 땐 자비로 수십만원을 쓰기도 했다. ㄷ씨는 “30만원대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해 결국 부모님께 손을 벌렸을 땐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어시스턴트 ㄴ씨는 “폐쇄적인 도제식 업계에서 어시스턴트 개인의 문제 제기로 고질적 관행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다”며 “한국 패션업계가 불법 고용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사회와 국가가 지켜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지금은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요청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포함되지 않은 사업장까지 업계 전반의 사각지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션 어시스턴트들은 오는 23일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September 18, 2020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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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일 시키고 월 50만원…패션업계 노동착취 조사를”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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